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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정’ 판결이 불법·폭력 부채질한다

사실련 0 785 2020.03.04 06:24

[사설] ‘온정’ 판결이 불법·폭력 부채질한다 [중앙일보]






  
  

2010.02.09 02:05 입력






  
  

    
    
    지난해 쌍용자동차 불법 파업 사태와
    관련해 재판을 받았던 55명 중 90%인 50명이 1·2심을 거치며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것
으로 본지 취재에서
    확인됐다. 집행유예는 유죄를 인정하되 형 집행의
    유예기간을 경과하면 선고 효력을 상실케 하는 제도로 50명의
    불법 행위는 사실상 상응하는 처벌을 피하게 된 것이다.
    형량 문제는 대법원 상고 대상이 될 수 없어 2심 결정이
    그대로 확정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은 불법·폭력을 단죄하고
    근절하자는 사회적 공감대와 동떨어졌다는 점에서
    아쉽다.
화염병과 볼트·너트총이 난무했던 77일간의
    쌍용차 사태는 당시 사회적 공분(公憤)과 함께 과격·폭력
    시위에 대한 ‘무관용(zero tolerance) 원칙’이 정착돼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던 사건이다.

    

    더욱이 쌍용차 사태를 파국으로 몰고 간
    ‘외부 세력’에 대해 1심은 “공권력 도전 엄벌”
    차원에서 실형을 선고한 반면 2심에선 “정상(情狀)
    참작의 사유가 있다”며 집행유예로 돌린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물론 2심 합의부 재판부의 경륜 있는
    판사들이 쌍용차 정상화 등 여러 정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했으리라 짐작한다.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쌍용차 노조원이나 해고자들에게 ▶생존권이란 절박한
    상황에서 우발적으로 불법에 가담했고 ▶회사 측이
    처벌을 원하지 않은 점을 인정해 집행유예를 내린 것은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본다. 그럼에도 금속노조 간부
    등 외부 세력에 대해 “폭력 집회와 공권력 경시 풍조에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는 1심 실형
    취지를 깬 것은 ‘불법 엄단-법치 확립’이라는 국가
    형사정책을 크게 흔든다
고 하지 않을 수 없다.

    

    2심만 가면 인심 쓰듯 줄어드는 ‘형량
    온정(溫情)주의’도 짚고 넘어갈 대목이다.
법관이
    법과 양심에 따라 형량을 더 엄하게, 또는 더 줄여줄 수
    있지만 항소심만 가면 깎아주는 ‘봐주기 트렌드’가
    굳어지는 경향은 분명 문제가 있다. 지난해 전국
    지방법원 합의부에서 판결한 형사사건 피고인 10명 중 6명이
    1심에 불복해 항소했다는 대법원 통계는 많은 사람들이
    형량 온정주의를 기대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미국·일본
    등 선진국의 항소율은 10~20% 수준이라고 한다. 항소심
    피고인 10명당 4명꼴로 1심 판결이 파기됐다니 ‘일단
    항소해 보자’는 의식이 판을 치고, 사법부 불신의 씨를
    키우게 된다.

    

    동일한 사건에서 1심과 2심 판단이 너무 다르면 국민은
    혼란스럽다. 법은 사회적 약속이다. 법을 위반하면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 불법 파업하면서 회사를
    점거하고 공권력을 향해 화염병을 던지며 난장판을 쳐도
    솜방망이 처벌을 받은 뒤 아무런 일이 없다는 식으로
    거리를 활보한다면 누가 법을 지키겠는가. 특히 집단
    폭력 행위는 국민의 법 의식에도 큰 악영향을 미친다. 폭력을
    수반한 불법 시위·집회에 대해서도 살인·강도 등 다른
    형사사건처럼 양형 기준을 시급히 도입할 필요가 있음을
    쌍용차 판결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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