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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재보선 불패신화 깨졌다.

사실련 0 542 2020.03.04 05:40
한나라 재보선 불패신화 깨졌다 무안신안 김홍업 - 대전서을 심대평

25일 실시된 재보선에서 사실상 한나라당이 완패했다. 2004년 3월 이후 실시된 재보선에서 당한 첫 패배로, 한나라당도 "한마디로 참패"라고 인정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올인유세를 벌이는 등 한나라당이 총력전을 벌인 대전서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심대평 국민중심당 대표가 승리했다. 심 후보는 60.15%(3만 9858표)를 얻어 38.08%(2만 4573표)를 얻은 한나라당 이재선 후보를 압도했고, 김윤기 한국사회당 후보는 2.76%(1833표)를 득표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씨와 박지원 비서실장 등이 전력을 기울인 전남 무안·신안에서는 김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홍업 민주당 후보가 49.70%(2만 4053표)를 얻어, 30.33%(1만 4681표)의 무소속 이재현 후보를 개표초반부터 따돌리고 당선됐다. 강성만 한나라당 후보는 11.86%(5704표)를 얻어, 97년 11월 '한나라당'이란 간판을 내건 이래 호남 지역 국회의원 선거에서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득표했다.

경기화성에서는 한나라당의 고희선 후보가 57.03%(2만 6408표)를 얻어, 30.88%(1만4301표)를 얻는데 그친 박봉현 열린우리당 후보를 눌렀고 장명구 민주노동당 후보는 12.08%(5596표)를 득표했다.

박근혜 전 대표시절인 열린우리당을 상대로 40전 전승을 기록하는 등 재·보선에서 절대적 우위를 보여왔던 한나라당이 3곳의 국회의원 선거구 중 한곳에서만 승리한 것이다.

자치단체장 무소속 약진... TK 10곳서 한나라당 3곳 승리

또, 6곳에서 선거가 치러진 기초단체장 재보선 선거에서도 한나라당은 충남 서산에서만 유상곤 후보가 당선됐고, 서울 양천구(추재엽) 경기 동두천시(오세창), 가평군(이진용), 양평군(김선교), 경북 봉화군(엄태항)에서는 무소속 후보들이 승리했다. 서울 양천구와 경기 동두천, 경북 봉화 등 3곳은 모두 지난해 5.31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들이 당선됐던 지역이다.

특히, 한나라당은 텃밭인 대구경북지역에서도 대패했다. 무소속 후보들이 대구경북지역의 10개 재보선 선거구중 7곳을 휩쓴 반면, 한나라당 후보는 3곳에서 승리했다. 무소속 후보들은 경북 봉화의 엄태항 후보와 대구 서구 제2선거구에서 서중현 후보가 당선됐고, 대구와 경북지역의 기초의원 재보궐 선거구 8곳 중 5곳에서 승리했다.

흔들리는 한나라당, 이명박·박근혜도 타격

한나라당으로서는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충청권에서 패하면서, 결국 대선에서 졌다. 대전 서을에서의 패배로 다시 한번 대선가도에 적신호가 들어온 것이다. 40%를 상회하는 당지지도가 그다지 견고한 것이 아니었음이 드러났다. 게다가 텃밭인 대구경북지역에서의 완패는 한나라당에 대단한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이번 패배는 한나라당이 각종 추문에 휩싸인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강재섭 대표 등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나라당에는 경기도 안산에서 도의원 공천대가로 1억3천만원 수수파문, 경남 거창의 기초의원 후보 5천만원 매수 사건, 강재섭 대표 지역 사무소의 과태료 3550만원 대납사건 등이 이어졌다. 또, 대선기간중 촛불시위 금지 등 황당한 내용의 정치관계법 개정을 추진해 거센비판을 받기도 했다.

한나라당의 '빅2'인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도 타격을 받았다. 지난해 5·31지방선거 유세중 당한 테러로 수술을 받은 직후 "대전은요?"의 발언으로 대전시장 선거를 승리로 이끌기도 했던 박 전 대표는 "현역 정치인 중 선거기여도는 최고"라는 평을 받았으나, 이번에 상당한 흠집이 났다. 그는 선거 막판 3일을 대전서을에서 보냈다. '재보선 불패'신화를 바탕으로 이명박 전 시장을 따라잡는 계기로 삼으려던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됐다.

선긋는 박근혜쪽 "이기든 지든 현 지도부 몫"

박 전 대표 측근들은 이런 점을 의식해 투표 결과가 나오기 전에 이미 선긋기에 나섰다. "40대 0은 박 전 대표의 대표시절에 있었던 일이고, 이번 선거는 이기든 지든 그 영광도 책임도 현 지도부의 몫"이라는 것이다.

이번 선거가 선거기여도 입증의 첫무대였던 이명박 전 시장도 별다른 기여도를 보이지 못했다. 대전에서의 유세 열기도 박 전 대표에 비해 떨어졌고, 특히 최대 지지기반인 서울의 양천구청장 선거에서도 무소속에 패했다. 특히 두 사람은 이번 선거에서 눈에 띄는 불협화음을 노출하기도 했다. 당이 추진했던 합동유세를 박근혜 전 대표가 거부했고, 이 전 시장도 소극적이었다.

이번 선거결과가 대세론에 안주하던 한나라당에 자성의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대선을 앞둔 마지막 재보선에서 적절한 예방주사를 맞았다는 것이다

범여권 통합에 미치는 영향은?

열린우리당은 3곳의 국회의원 선거 중 경기화성에만 후보자를 내고, 대전서을과 전남 무안신안에서는 사실상 심대평 후보와 김홍업을 지지했다. 현실적인 역량부족과 범여권통합신당을 염두에 둔 행보였지만, 이번 재보선에서도 참패함으로서 더할 수 없는 무력감과 통합압박을 받게 됐다. 국회의원 1곳, 광역의원 2곳, 기초의원 11곳 등 14곳에만 후보를 냈으나 전북 정읍시 기초의원 1명만 당선됐다. 추가 탈당의 계기가 될 가능성도 있다.

이번 재보선은 이른바 범여권의 각 진영이 느슨한 연대의 형태로 한나라당에 맞섰다는 점에서 '한나라당 대 반(또는 비) 한나라당'구도의 현실적 가능성을 보여줬다. 대선을 앞두고 대통합의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열린우리당이 위안을 찾는 대목이다.

동시에 민주당과 국민중심당이 김홍업씨와 심대평 대표를 당선시킴으로써 통합의 원심력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DJ 영향력 건재 확인, 그러나...

지역당원들의 탈당과 거센 비판여론속에서 힘겹게 출발했던 김홍업씨가 결국 승리했다. 이희호씨와 DJ의 분신인 박지원 비서실장, 박상천 대표 등 민주당의 전력투구가 만들어낸 승리였다. 이희호씨는 84세의 노구를 이끌고 직접 지역에 내려와서 선거를 도왔고, 22일부터는 3일 연속으로 지원유세에 나섰다. 이씨는 "큰 아들(김홍일 전 의원)이 목포를 발전시켜 놓았다면 이제 둘째 아들이 무안ㆍ신안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출발한 것"이라면서 "김 후보가 당선되면 지역발전을 위해 아버지(DJ)도 힘쓸 것"이라고 한 표를 부탁했다.

전여옥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이에 대해 "선거가 엄마 치맛바람으로 뽑는 초등학교 반장선거냐"면서 "내가 아들이라면 '어머니 쉬십시오, 제가 심판 받겠습니다'라고 말하겠다"고 김 후보를 비난했다.

박지원 실장은 병원 진료차 잠시 서울을 다녀온 것을 제외하곤 지난 14일부터 열흘간 이 지역에 상주하다가 투표 당일인 25일에야 상경했다. 개표 결과는 동교동에서 지켜봤다. 박상천 민주당 대표는 "DJ의 마지막 정치적 명예를 훼손하고 전국적으로 망신주는 것은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고 말했고, 이낙연 의원은 "DJ의 영향력이 여기서 끝날 것인가 계속될 것인가, DJ가 좀더 일을 할 수 있도록 힘을 달라"고 강조했다. 결국 지역민들은 '미워도 다시 한번'을 선택했다.

이번 재·보선은 ▲국회의원은 경기 화성, 대전 서을, 전남 무안·신안 등 3곳 ▲기초단체장은 서울 양천구와 경기 동두천 등 6곳 ▲광역의원은 서울 송파구 4선거구 등 9곳 ▲기초의원은 서울 광진구 라선거구 등 37곳 등 총 55개 선거구에서 치러졌으며, 잠정투표율은 27.9%로 집계됐다. 전남 무안·신안 투표율은 54.4%로 높은 투표율을 였고, 경기 화성은 19.3%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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