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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 그늘 드리운 미국의 새해

사실련 0 719 2020.03.04 05:55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새로 대통령에 당선된 버락 오바마에게 준 2009년 신년 선물은 바로 경기침체다. 부시의 재임 기간 8년은 한 나라의 경제를 드라마틱하게 변화시키기에 충분한 기간이었다. 8년 전만 해도 미국 중산층은 휴가를 어디서 즐길까, 어떤 자동차를 살까, TV 모니터를 어느 회사 브랜드로 바꿀까, 휴대전화는 무얼로 바꿀까 등을 고민했다. 그 중산층이 이제는 감봉이 되더라도 좋으니 어떻게 하면 직장을 계속 다닐 수 있을까, 10년 지난 자동차를 5년 정도 더 사용할 수 있을까, 매달 내는 주택융자 상환금을 어떻게 조달할까, 어떻게 하면 자녀들을 설득해 학비가 적게 드는 학교로 보낼까를 고민하게 됐다.

미국에서 지난해 말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었다. 이들은 아직은 그나마 실업수당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그러나 실업수당이 끝나는 때가 됐는데도 새로운 직장을 찾지 못하거나, 정부의 예산 부족으로 실업수당을 제대로 탈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 이들의 생활고는 상상하기 어렵다.

미국 현지에서는 중산층들의 경제적 고통이 2009년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직장을 잃은 후 최소한 1년을 버틸 현금을 저축해 놓아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나 자신도 3개월 버틸 돈조차 저축하지 못한 형편이고 매달 꼭 지불해야 하는 월부금으로 저축은 꿈도 못 꾸는 게 현실이다.

특히 미국의 대부분 가정은 주택융자라는 큰 경제적 짐을 짊어지고 있다. 과거 부동산 붐을 이용해 투자수익을 얻고자 무리하게 큰 집을 구입했고, 금융회사들이 너무 쉽게 융자를 승인해준 덕분에 대부분의 중산층은 수입의 30∼60%를 주택융자 원리금을 갚는 데 지출한다. 문제는 이자를 줄이기 위해 상당히 많은 국민들이 장기융자보다 단기 변동금리를 택했다는 것이다.

현실은 그들의 기대와는 거꾸로 집값이 곤두박질쳤다. 크게 하락한 지역은 2년 동안 반값 이하로 떨어졌다. 주택 소유주들이 장기융자로 전환하기를 원하거나 혹은 다시 융자를 신청해야 할 때가 다가오는데 소유하고 있는 집의 시세는 본인이 융자한 금액보다 훨씬 낮은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니 다시 융자를 신청할 때까지 집값이 오르지 않을 경우 본인이 저금한 돈을 찾아 융자금의 원금을 현 주택가격 약 80% 이하로 낮추지 않으면 다시 융자 받기도 힘들다. 많은 사람들이 집 소유권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더구나 요즈음은 융자 조건이 까다로워져서 개인신용도가 높고 충분한 수입이 있지 않으면 재융자가 힘들다.

미국 정부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방금리를 0%까지 낮췄으나 실제로 국민들에게 영향을 주는 주택융자금리는 매우 느린 속도로 조금씩 내려가고 있다. 주택융자 상환금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혜택을 받으려면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아직도 많은 국민들에게 낮은 이자는 그림의 떡이다.

미국에 사는 한 사람으로서 미국 경제 문제로 세계 경제가 어렵게 된 데 매우 미안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어려움은 앞으로 더 계속될 것 같다. 올 한해가 가장 어렵지 않을까 하는 부정적 생각을 머리에서 씻어낼 수 없다. 그래도 새해를 맞아 어려운 기간은 언젠가 끝날 것이고,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해 희망을 다시 갖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양재욱 약학박사·로스앤젤레스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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