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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검역주권 인정 구두합의.. 실행 보장이 관건>~~

사실련 0 744 2020.03.04 05:51
"앞으로 미국에 광우병이 발생하면 쇠고기 수입을 즉각 중단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방침을 미국이 수용함에따라 애초 한미 쇠고기 협상 타결 내용에 비해 '검역 주권' 측면의 보완이 가능해졌다.

미국은 한국에서 쇠고기 협상 결과를 둘러싼 의혹과 비판이 갈수록 거세지자 파문을 가라앉히기 위해 한국의 검역주권을 일단 구두로 인정했다. 미 쇠고기에 대한 한국의 여론이 계속 악화될 경우 미국이 쇠고기를 수출한다 하더라도 거센 저항에 직면해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는 양국 고위 관계자가 이 부분에 대해 구두로 합의한 수준인만큼, 이를 확실히 고시 내용에 반영하자는 야당 등의 재협상 요구가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 美 "한 총리 성명 수용.지지"
수전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12일(현지시각) "한승수 국무총리가 지난 8일 성명을 통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 국민 건강 보호를 정책에서 최우선으로 고려하겠다고 밝혔다"며 "미국은 한 총리의 성명을 수용하고 지지하며 다른 어떤 것도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검역주권에 대해서도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과 세계무역기구(WTO) 위생검역협정(SPS)에서 각국 정부가 자국 시민의 안전과 식품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주권을 보호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13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오늘 미국 정부가 한국 국무총리의 담화문 내용을 수용하고 문제가 될 때는 우리가 (쇠고기 수입을) 중단시킬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그 문제도 인정했으며 GATT 20조도 인정을 했다"고 밝혔다.

지난 8일 한승수 국무총리는 미국산 쇠고기 파문 관련 대국민 담화에서 "광우병이 미국에서 발생해 국민건강이 위험에 처한다고 판단되면 수입중단 조치를 취할 것이고, 수입되는 모든 쇠고기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며 즉각 조사단을 미국에 보내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 검역주권 논란 불식에 한미 '공조'
그러나 이 같은 정부의 검역 보완책은 지난달 18일 타결된 합의문과 상충되는 내용으로, 실효성 논란이 계속 제기돼왔다. 합의문 4, 5조는 미국에 광우병이 추가로 발생했을 때 '국제수역사무국(OIE)이 미국 광우병 지위 분류에 부정적 변경을 인정할 경우 한국정부는 쇠고기 수입을 중단할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한 마디로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병했다는 이유만으로 한국 정부가 곧장 쇠고기 수입을 막을 수는 없고, OIE가 현재 '광우병위험통제국'인 미국의 광우병 위험 관련 지위를 낮출 경우에만 수입을 중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정부는 WTO의 전신인 GATT 규정을 원용하면 수입 중단이 가능하다는 논리를 펴왔다. GATT 20조 b항에서는 '인간 및 동식물의 생명.건강 보호를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적용 예외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필요한 조치'에는 수입.교역 중단이 포함된다.

일단 이날 슈워브 대표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보자면, 앞으로 미국에서 광우병이 터져 우리 정부가 위생조건에 없는 수입 중단 조치를 취한다해도 이에 대해 문제삼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우리 정부 입장으로서는 그동안 '굴욕 협상', '검역 주권 상실' 비난의 핵심 근거로 거론됐던 협상 내용에 대해 미국측의 지원을 얻어 '할 말'이 생긴 셈이다.

미국 입장으로서도 수입위생조건 원문에 집착하기보다 "한국의 검역주권을 존중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한국 사회의 저항을 불식시키는게 향후 쇠고기 교역 과정에서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 실행 보장이 관건
그러나 과연 '광우병 발병시 수입 중단' 조치에 대한 양국의 합의가 명문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의 정권이 바뀌어도 실행을 담보할 수 있을지의 문제가 남는다.

미국내 광우병이 없는 현 시점에서는 우리 정부의 이런 방침에 미국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수 있지만, 실제로 광우병 사태가 터져 한국이 대국민 약속대로 수입을 중단하고 교역상 타격이 길어질 경우 미국측이 위생조건 위반을 주장하며 협의를 요청해올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슈워브의 발언도 GATT 규정 등을 인용, 한국이 수입 금지 조치를 취할 권리를 갖는다는 점만 인정한 것이지, 그 조치에 대해 이후 미국측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겠다는 것인지 명확치 않다.

따라서 야당 등은 오는 15일로 예정된 새 수입위생조건 고시를 늦추고 이 부분을 명확히 조건에 삽입하자고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사실상 재협상이 이뤄지는 셈이다.

또 이번 슈워브 대표의 발언으로 '검역주권' 논란은 어느 정도 가라앉는다해도, 미국산 쇠고기 개방 및 광우병 위험과 관련된 사태 전체가 진정시킬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이미 쟁점이 광우병 위험성 자체 등으로 번진 상태인데다, 최근에는 미국측의 미흡한 동물성 사료 조치 내용을 우리 정부가 '오역'하는 어이없는 실수를 함으로써 새로운 논란에 불을 지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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