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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찬밥된 한,미 FTA 비준안 ..... 웃어야 할까?

사실련 0 626 2020.03.04 05:48
한미FTA 비준동의안이 국회에서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 해 9월 제출한 비준동의안은 관련 상임위인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않고 있다. 한미FTA를 반대해온 진보진영이 반가워해야할 모습일까?

국회에서 찬밥된 한미FTA 비준안...웃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마냥 즐거워만 하고 있을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지난 21일 대선 이후 처음으로 마주한 국회 통외통위 위원들은 한미FTA를 '끼워팔기' 수준의 안건으로 치부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나라당은 "조속히 처리가 되어야 국내 총생산 증대 및 국가경쟁력 확대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을 밝혔고, 대통합민주신당은 "한미FTA 뿐만 아니라 남북총리회담합의서 비준동의안도 같이 처리해야 한다"고 위치를 선정했다.

사실상 여야가 바뀐 상태에서 한나라당이 처리를 독촉하고 통합신당이 이를 이용해 남북총리회담합의서 비준동의안의 처리를 얻어내려는 전략인 듯 했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 이날 통외통위에서 한나라당 박진 의원은 "한미FTA는 여러 차례에 걸쳐서 국회에서 실질적 논의를 했고 대외개방경제로 가는 길목에서 대단히 중요한 사안이니 하루빨리 비준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통합신당 이화영 의원은 "한미FTA 비준만 하고 총리회담합의서를 비준하지 않으면 남북관계를 소홀히 하는 것으로 오해 받는다"고 사실상 연계 처리를 주장했다.

이 같은 두 당의 입장은 '남북정상회담 합의를 포함해 일체의 남북합의 내용을 재검토'하려는 한나라당의 입장과 '새정부 출범이전에 국회에서 남북합의를 못 박아 두려'는 통합신당의 이해계산으로 인해 나타난 모습이다. 게다가 두 당은 대통령직 인수위가 제시한 정부조직개편안을 두고 2월 임시국회에서 대규모 정치공방을 예고한 상태다. 한미FTA가 두 당의 핵심 논의사항이 아니란 것이다.

그럼 한미FTA 비준동의안의 생명은 어떻게 될까. 첨예한 정치공방 속에 비준안이 끼워있는 형국이어서 속단하긴 이르지만 정부조직개편안과 남북총리합의서 비준동의안이 양 당의 정치적 합의로 통과될 경우 일괄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국회 통외통위는 한미FTA 비준안 처리 문제를 양당 지도부의 정치적 합의사항으로 공을 넘긴 모습을 보였다.

칼자루는 사실상 보수 양당 지도부에

물론 비준안의 국회통과에는 몇 가지 변수가 존재한다. 우선은 통합신당의 공식입장이다. 손학규 대표는 한미FTA를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으나, 통합신당 내 다수의 흐름은 "피해분야 대책 보완과 미 의회일정을 고려해야 한다"이다.

피해분야 대책 보완이 한미FTA 비준안 처리의 수순으로 꼽히게 되면 국회에 제출되어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과정 및 협정내용의 실태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요구서'가 물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생긴다.
지난해 9월 10일 국회의원 82명의 서명으로 제출되어 있는 이 요구서에는 미국과 협상한 전 과정과 협상 내용, 그리고 피해산업 분야에 대한 평가 및 대책을 조사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사실상 이 국조요구서야 말로 한미FTA 저지의 마지노선으로 보아야 한다. 이 국정조사안의 2월 임시국회 처리를 주장하는 이는 최재천 의원 등 통합신당 일부 소신파 및 민주노동당 정도에 불과하다.

2월 임시국회가 한미FTA 국정조사안과 비준안이 맞붙는 형국이 되려면 무엇보다 대중조직의 움직임으로 여론이 일어나야 한다. 그러나 현재로선 이 가능성은 희박한 것이 사실이다.
원내에서 반대의견을 피력해야 할 민주노동당은 내부 혼란으로 전 당력을 집중하지 못하고 있으며, 대중조직들도 기세있는 움직임을 보이진 않고 있다.

다음 변수는 미국이다. 현재 미 정부는 지난 가을께 의회에 제출할 것이라던 한미FTA 이행법률안의 제출을 여태 미루고 있다. 바로 대선 때문이다. 대선 예비선거에서 공화당의 어떤 후보라도 누를 것으로 조사되는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와 힐러리 클린턴의 공식입장은 한미FTA 반대이다.
주목되는 날짜는 오는 2월 5일. 슈퍼화요일이라 불리는 이날 22개주에서 실시되는 예비선거 결과 여부에 따라 대선 후보의 윤곽이 드러난다.
곧 민주당과 공화당의 차기 대선 후보군이 확정, 그들의 정책이 전면에 대두되는 시기라는 것. 대체적인 시각은 한미FTA를 반대하는 민주당이 오는 미 대선에서 선전할 것이 분명해 미 행정부가 이행안을 근 시일 내에 의회에 제출하지는 않을 것이라 본다.

그럼에도 한나라당과 한국 정부 관료들은 우리 의회가 먼저 비준안을 처리할 경우 미국도 선의를 가지고 따라 처리해줄 것이란 믿음(!)을 놓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 이 믿음으로 통합신당을 끈질기게 유혹할 경우 비준안의 2월 임시국회 통과 가능성은 상당히 높아진다. 민주노동당과 대중단체들의 기세가 살아나지 않는 한 한미FTA 비준안 처리의 칼자루는 사실상 보수 양당의 지도부에 있는 셈이다.


"민중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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