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가출예방운동특위

제4회 청소년 가출예방관련 체험수기 수상작(은상)

관리자 0 584 2020.03.06 18:41
세상이 확 무너져 버렸으면!

                                                                                                                      김     혜     인
                                                                                                   대구신명고등학교 2학년 4반

작년 가을, 내 마음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마음대로 움직여버리고, 헨드폰과 인터넷이 없이는 살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고, 무엇하나 하고자 하는 의욕도 해야겠다는 생각조차도 할 수 없어서 어머니께 사정없이 덤벼들고, 어머니가 한 마디만 하시면 어머니를 무시하듯이 하면서 지낸 몇 달 동안이었다.
어머니의 위로의 말 한 마디, 경고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모두 나의 가슴에 돌아와서는 비수처럼 꽂혀버리고, 내 입에서 뱉어 내는 소리는 말이 아닌, 어머니의 가슴을 후벼 파는 칼끝이었다. 어떻게 하면 어머니 마음을 더 상하게 하는 독한 말을 할까, 어떻게 하면 어머니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할까? 그런 것만 연구하면서 사는 아이처럼 생활했다.
가슴이 답답하면서 무언가 세상이 콱 막혀버린 듯한 나날들이 계속되었다.
누군가 걸리기만 하면 그대로 달려들어서 두들겨 패 주고 싶고, 확 죽여 버리고 싶고, 닥치는 대로 집어던지고, 어디론가 그냥 막 나가버리고 싶은 충동에, 집을 나가서 내 마음대로 하면 소원이 없을 것 같은 그런 상황이 계속되었다.
그래서 학교에서 귀가하는 시간도 마음대로, 어머니가 애타게 기다리시고 계신다는 것 그 자체가 더 짜증이 나고 화가 치밀어서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럴 때 어머니께서는, “집을 나가고 싶으면 나가 봐, 그런데 가만히 누워서 생각해 봐, 네 방보다 더 편안하고 좋은 곳이 있는지, 더 좋은 곳이 있으면 나가서 지내 봐.”라고 하셨다.
그런 말씀을 하시는 어머니의 입가는 바들바들 떨리셨지만, 그 어머니의 입가가 떨리는 모습 그 자체도 나에겐 짜증나고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너무나 힘든 상황이었다.
어머니가 한 마디만 하시면 어머니 가슴을 후벼 파는 비수와 같은 말로 대꾸를 하면서, 어머니의 가슴을 있는 대로 아프게 하기를 몇 달, 어머니가 조금만 내게 도움이 되는 말을 한마디만 해도 다른 방에 가서 송곳이나 연필 같은 것으로 책상을 있는 대로 좍 그어버리고, 공책을 쫙쫙 찢어서 팽개쳐 버리는 행동을 서슴없이 했다.
그 모든 광경들을 어머니께서는 아시고 계시면서도 인내심을 가지고 참아 주셨다.
이런 상황이었으니 우리 가정의 생활은 어떠했겠는가? 상상을 할 수가 없는 생활로 온 가정은 뒤죽박죽, 그야말로 생지옥이 따로 없는, 말로는 표현이 되지 않을 정도로 힘든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어머니께서 먼저 조금씩 양보를 하시기 시작하셨다. 아무리 힘든 말을 해도, 아무리 화를 내고, 갖은 짜증을 다 부려도 어머닌 참고 기다려 주셨다. 내가 원하는 대로 내버려 두셨던 것이다.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하면, “학교에서 조금만 있다가 와도 되고,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서 노는 것도 힘들 텐데 갈 수 있는 날까지 가 보던지, 그래도 가기 싫음 다른 방법도 생각해 보자.”
이렇게 어머닌 모든 걸 뒤로 한 발 물러서서 기다려 주시면서, 혜인아, 다 버려도 된다. 공부도, 학교도 힘들면 가방만 들고 왔다 갔다 하고.”
애타게 아니 애원하듯이, 그것도 내가 또 어떤 말로 어떻게 상대를 할까봐서 조심조심 부탁하시던 그 눈빛이 정말 애처롭기 이를 데 없으셨다. 성당에 가기 싫어할 때도 어머닌, “조금 늦어도 하느님께서도 귀엽게 봐 주실거야, 어머니와 함께 앉아서 둘이서 손만 잡고 하느님 당신을 향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만족하시겠니.”라고 하셨다.
어머니께 정말 죄송했다. 어머니가 나를 어떻게 키우셨는데, 한번의 암을 앓아도 힘들다고 하는데 어머닌 몇 가지의 암이라는 병을 다 이겨 내시면서도 나를 꿋꿋하게 키워내셨는데, 그런 어머니께 선물한 건 고작 칼날과 같은 앙칼진 마음으로 어머니 가슴에 못을 박은 일 밖엔 한 일이 없었다.
몇 달을 그렇게 지냈지만 나의 마음은 여전히 허공중에 무언가를 잡으려고 하고, 어딘가로 날아가버리고 싶은 생각뿐이었으며, 아무것도 하고 싶은 것도 하고자 하는 것도 생기지 않는, 내 모습은 점점 폐룬아처럼 변해가고 있다는 것을 나 자신도 분명히 알고는 있었지만, 내 마음을 내 마음대로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힘든 몇 달을 어머니께서는 참고 또 참으면서, 어릴 때부터 하던 봉사활동을 다시 하도록 아주 천천히 유도하셨다.
얼마나 어머니께서 힘들게 봉사활동을 권유하셨는지 잘 알고 있다. 봉사활동도 하기 싫음 하지 않아도 되고, 내가 하고 싶을 때, 가고 싶은 곳에 가도록 그냥 내 버려두셨다. 봉사활동을 몇 달 하는 동안 내 마음이 차츰 변하기 시작했으며, 어머니의 말씀에도 귀를 기울일 수가 있을 정도로 변해지고 있다는 것을 나 자신도 스스로 느낄 수 있었다. 그 때쯤 어머니의 모습이 내 눈에 비치기 시작했다.
몇 달을 얼마나 어머니를 고생시켰는지, 어머니의 목에는 갑상선 암이란 것이 생기고 말았다. 그러나 어머닌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될 정도라고 하시면서, 내가 제 자리로 천천히 돌아와 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하시는 것이었다.
세상의 모든 부모님들이 우리 어머니처럼 다들 그러실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나의 어머닌 정말 위대하고 대단하시다.
왜냐? 그렇게 힘들게 집을 나가고 싶어 하고, 또 학교도 가기 싫어하는 걸 그냥 내치지 않고 참고 기다려 주시면서, 대화로 해결을 하셨던 것이다.
어머니의 끈질긴 인내심으로 끝까지 인내하시면서 참고 기다려 주신 것이다.
세상의 모든 부모님들이 나의 어머니처럼 자식을 포기하지 않고, 믿어주면서 끝까지 참고 기다려 주시면 어떤 자식이라도 제 자리로 서서히 돌아와 줄 수 있다고 자부하고 싶다.
이렇게 학교도, 세상의 모든 것을 다 포기하고 가출까지 하고 싶은 나를 제 자리로 돌려놓기까지는 어머니의 피나는 노력과 인내심과 대화가 따랐던 것이다.
어머니께 마음의 문을 열고나니 정말 어처구니 없었던 지난날들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나의 모습이 모범생이란 건 절대로 아니다. 그러나 이젠 어머니의 가슴속에 내 마음이 들어갈 수 있으며, 어머니의 말씀 한 마디 한 마디에 귀를 기울일 수 있다는 것, 이것이 바로 내 스스로가 내 삶을 다시 개척해 나가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어머니, 나의 어머니, 이젠 당신께서 그렇게 힘들게 제 앞에 서서 제 옷자락을 끌고 가시지 않아도 됩니다. 이젠 제가 당신의 힘들어하시는 발길에 잘 굴러가는 바퀴가 되어 드리겠습니다. 당신의 눈빛에 눈물과 애련함이 아닌, 행복과 기쁨의 눈물만 흘리도록 해 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고 가장 귀한 단 한분의 나의 어머닌,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대접을 받아야 하고, 가장 행복한 삶을 살아가실 수 있도록 해 드려야 된다.
이렇게 잠시 몇 년 동안 딱 닫혀 버린 나의 마음의 문을 어머니의 사랑과 끈질긴 인내의 대화라는 열쇠로 다시 활짝 열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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