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한 시위문화 조성운동

선진시위문화 정착을 위한 우리의 과제 임준태 교수(법학박사,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관리자 0 670 2020.03.06 17:56
선진 시위문화 정착을 위한 우리의 과제

임준태 교수(법학박사,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Ⅰ. 서설
Ⅱ. 집회시위 기본권과 질서유지자로서의 경찰
Ⅲ. 야간 옥외집회시위 금지에 관한 법률개정 논란
Ⅳ. 성숙한 시민사회로의 이행을 위한 시위문화 개선
1. 이해관계조정 및 갈등관리 시스템 확립
2. 정보화시대에 부합하는 건전한 의사소통로 확보
3. 민주시민교육(politische Bildung)의 확대
4. 앞선 나라들의 경험을 통한 학습
5. 엄정한 법집행 및 사후통제
Ⅴ. 결론


Ⅰ. 서설
한국은 지난 수 십 년 동안 민주화과정을 거치면서 다양한 집회시위를 경험한 바 있다. 집회시위와 민주화과정간에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은 史實이다. 의사표현의 형태로서 집회시위가 민주화에 일정부분 기여한 사실은 긍정될만 하다. 그런데 근래에는 ‘民主化’와 같은 정치적 이슈보다는 다양한 이해관계의 충돌-주로 경제문제관련-로 야기되는 집회시위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수년전 탄핵정국이나 최근 월드컵에 출전한 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해 몰려든 수십만, 수백만 관중들의 질서정연한 모습을 통하여, 집회시위 문화가 상당히 성숙되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한국사회에 일각에서 발생하는 모든 갈등이슈들이 정치쟁점화 되고 있으며, 廣場 민주주의를 통해서 해결해야 한다는 집회시위만능 풍조가 만연한 것도 부인할 수 없다. 특히 야간에 수천, 수 만 명이 운집한 가운데 개최되는 집회시위가 일상화된다면, 그 사회적 비용/희생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한국에서 집회시위에 관한 경찰개입 근거는 1894년 갑오개혁 당시 제정된 【警務廳官制職掌】이라는 근대경찰법제에서 처음 규정되었다. 현행 【集會및示威에관한法律(이하 집시법)】은 1962년 로 제정된 바 있다.
그 후 민주화 시기에는 집회시위 기본권이 축소내지는 경찰개입권이 강화되는 분위기였다. 한편, 1989년부터는 집회시위 기본권이 대폭 강화되고, 경찰개입의 여지를 줄여나가는 방향으로 입법이 추진되었다. 현행 집시법의 근간이 마련된 것은 제13대 국회(1989년)의 이른 바 “여소야대(與小野大)” 시절의 획기적인 법령개정이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진정한 기본권으로 더욱 신장시키기 위하여 금지 및 제한규정을 대폭 완화하고 집회․시위의 규제에 있어서 절차의 적법성을 확보하도록 全文 개정되었다.
특히 과거 1960년대-1990년 초반까지 소위 ‘민주화 과정’에서 질서유지 차원에서 집회시위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던 시절과 요즘처럼 이해집단간의 갈등으로 빚어진 다양한 집회시위에 대응하는 경찰에 대한 평가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또한 정치적 상황에 따라 경찰의 법집행 관행이나 태도 역시 점차 변화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첨예하게 대립되는 이해집단간의 법익충돌 상황 혹은 소수 집단의 과도한 기본권행사로 야기되는 침묵하는 다수의 법익침해 상황에 대해서 현행【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만에 근거해서 해결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 최근에는 야간집회시위금지 규정이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가운데, 후속 法개정이 지연되면서 자칫하면 입법공백을 맞을 가능성에 직면하고 있다.
급속한 경제력 신장, 개방화/국제화 및 역동적 선진 산업사회로 진입하면서, 다양한 갈등상황들이 표출되고 있다. 대규모 시위군중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되는 야간 폭력성 시위와 같이 타인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심각하게 파괴하는 집회양상도 상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집회시위를 주최하고 참여하는 시민들의 기본권도 輕視되어서는 안되지만,  「자유와 질서」간의 바람직한 조화를 모색하고, 타인의 기본권을 존중하는 노력도 매우 중요하다. 보다 성숙한 민주시민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집회시위 만능적 사고에서 벗어나,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로 타인의 소중한 권리를 배려할 수 있어야 한다.
조만간 한국에서 개최될 G20 頂上會談을 전후하여, 정치, 외교, 경제, 환경, 인권, 노동, 복지문제와 같은 全지구적 갈등이슈들이 한꺼번에 분출되어, 광장(廣場) 민주주의 형태로 될 전이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둘러싸고, 全세계인들의 관심과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의 경제력과 외교적 역량 못지않게 수많은 갈등적 이슈들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해결/조정되고, 처리될 수 있는 지 여부는 한국의 저력과 위상을 평가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에 한국정부와 시민들의 성숙한 대처 노력이 긴요시된다.
이와 관련, 필자는 최근에 쟁점이 되고 있는 야간집회시위 허용범위를 둘러싼 논쟁을 포함하여, 선진시위문화 정착을 위해 선결되어야 할 몇몇 과제들을 제시하고자 한다.

Ⅱ. 집회시위 기본권과 질서유지자로서의 경찰
집회시위 및 결사의 자유는 표현행위의 자유로서의 성격을 갖고 있다. 그리고 多數人이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會合하거나 結合하는 자유로서, 집단적-2인 이상의 多衆-으로 행해지는 표현 형태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른 자유권적 기본권과는 달리, 다수인의 집단행동을 통하여 행사되기 때문에, 의사표현 내지 input의 수단으로서 개인적인 행동의 경우보다 사회적으로 더 효과적이고 강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집회와 시위가 집단적 행위이고 공공의 안녕과 질서에 미치는 영향력이 심대하기 때문에, "공공의 안녕과 질서(oeffentliche Sicherheit und Ordnung)" 및 법적 평화와 마찰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또한 집단적인 시위행동이 민주주의를 파괴하기 위한 그릇된 목적으로 행해진다면, 민주적 기본질서가 중대한 위협을 받게 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특히 도로․공원 등 공공장소에서 개최되는 집회 및 시위는 일반인의 도로․공원이용의 자유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으며, 동일한 장소에서 서로 다른 여러 집회의 중복으로 인한 혼란이 야기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집회시위의 자유는 公益이나 타인의 기본권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또한 평화적, 非폭력적, 非무장이어야 한다. 집회 및 시위는 헌법질서․他人의 權利․도덕률 등에 위배되지 않아야 한다.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장해제거) 및 위험방지(Gefahrenabwehr) 직무를 최우선적으로 수행하는 국가조직은 다름 아닌 경찰(police, Polizei)이다. 위험발생을 예방하거나 이미 발생된 질서교란의 제거를 통하여 공공의 안녕과 이상적인 질서상태를 유지․보호하려는 國家作用을 학문적으로 "警察"이라 부른다. 경찰은 어떠한 국가에서도 필수적이고 기본적인 국가기능의 하나를 구성한다.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위협하는 위험발생에 대한 경찰권 개입(polizei- liches Einschreiten)은 한편으로는 기본권보장에 이바지하기도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기본권보장과 긴장관계에 놓이기도 한다. 경찰은 現存하는 질서를 유지하는 기능-소극적 치안유지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에 그 역할과 임무는 역사적, 정치적 상황에 따라서 다르게 인식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지역사회가 증가하는 폭력, 재산범죄 기간을 경험할 때에 그 경찰관서는 법집행(law enforcement) 기능을 강조하게 되며, 반면에 확산되는 사회적 무질서(disorder)에 직면하게 되면, 질서유지 기능(order maintenance)을 강조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범죄와 무질서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평온(relative tranquility)할 때에는 공공서비스(public service)의 역할이 강조된다.


Ⅲ. 야간 옥외집회시위 금지에 관한 법률개정 논란
헌법재판소는 2009년 9월 현행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이하 집시법)」 제10조에 규정된 "야간집회시위금지"에 대해서 집회허가 금지 및 과잉금지원칙의 위배 등 이유로 "憲法不合致"결정을 내린바 있다. 따라서 同규정은 2010년 6월 30일까지 개정될 때까지만, 한시적으로만 효력이 유지된다. 헌법재판소 5인의 재판관들은 야간집회시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허용해주는 경우는 헌법상 금지된 '집회에 대한 허가'에 해당한다고 하면서, 집시법 제10조의 본문과 단서는 일체로서, '야간옥외집회에 대한 허가제'를 규정한 것으로 보고 違憲의견을 제시하였다.
한편, 다른 2인의 재판관들은 '목적 달성을 위하여 필요한 범위를 넘어 과도하게 야간옥외집회를 제한함으로써,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하여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헌법에 違反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특히 憲法不合致 결정을 내린 재판관들의 경우, 입법목적을 달성하면서도 집회예정자의 집회자유를 필요최소한 범위에서 제한할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을 입법자로 하여금 마련토록 주문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김희옥, 이동흡 재판관은 夜間이라는 특성상 옥외집회의 사전규제의 필요성과 야간집회에 참여하지 않는 일반국민들의 휴식권(수면권), 통행권, 영업권 등을 보호할 필요성도 증대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야간옥외집회의 규제범위가 한정적이고 대안적 의사형성 및 소통수단이 마련되어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同규정은 合憲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와 같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同규정에 대한 개정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최근 한나라당 조진형의원 등이 '야간 집회 ․ 시위 금지규정' 개정안을 마련하여 제안함으로써, 국회에서 논의 중에 있다. 조진형의원안(案)은 기존의 제10조 규정을 삭제하고, "누구든지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법률 개정안에 대해서 필자는 원칙적으로 동의하는 바이다.
야간이라는 물리적 특수성은 주간(晝間)보다 더 많은 익명성, 불안감, 공포심(fear)을 야기한다. 야간에 개최, 진행되었던 집회시위에서 더 많은 폭력성, 과격성이 나타났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살인, 강도, 강간, 폭력 등 주요 범죄들이 야간에 더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이와 같은 물리적 속성과 관련이 많다. 야간 집회시위에 대해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경찰력이 투입되고, 물리적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위법행위자에 대한 규제 역시 곤란해지고 있다.
야간 집회시위 현장 인근지역 시민들의 안온권, 휴식권, 영업권 등 기본권 침해가능성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夜間에 안식을 도모하는 것은 인간의 생체리듬상 지극히 보호되어야 할 부분이다. 수면을 취하고 싶을 때, 이것을 방해하거나 제지하는 것은 일종의 拷問행위에 버금간다 할 것이다.
입법목적에 다소 차이가 있긴 하지만, 夜間이라는 물리적 속성을 감안하여 공직선거법, 국민투표법, 형사소송법, 관세법, 근로기준법 등에서도 일정시간 야간연설(22:00-06:00)을 금지하는가 하면, 공무원의 영장집행 및 야간근로를 제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일부 州 혹은 도시, 프랑스, 중국, 러시아에서도 야간집회시위에 대해서는 일정한 제한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영국, 독일 등 선진 각국에서 야간집회 금지규정을 특별히 두지 않는 것은, 시민들의 일상생활과 문화적 특성에서 기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저녁 8시 정도만 되면 대부분 귀가하여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선진 각국의 일반 시민들의 경우, 夜間 10시가 넘도록 집회시위를 한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국가경찰 체제하에서 유사시 전국의  경찰력을 동원하여 그동안 비교적 효과적으로 집회시위에 대처해 온 한국 경찰이, 만약 24시간 지속되는 집회시위가 일상화된다면, 심각한 치안공백 현상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여론조사전문기관 등에서 야간 옥외집회시위 허용여부에 대한 시민의견을 조사한 바에 의하면, 22:00이후에는 가급적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민주당 등 야권 및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야간집회 전면허용"을 주장하면서, 개정안에 대하여 적극 반대하고 있는 동향이다.
일반시민들의 안온권과 생체리듬의 보호, 야간이라는 물리적 속성으로 인하여 야기될 수 있는 사회적 비용의 최소화, 질서유지와 공공의 안녕을 위한 공권력 개입의 불가피성 등을 고려할 때, 적어도 22:00-06:00까지 야간 집회시위를 부분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이상(理想-헌법상의 기본권)과 현실(現實-질서유지 및 타인의 기본권보장)의 조화"라는 차원에서 바람직한 방안이라 사료된다. 입법자로 하여금 일반인의 시간대별 생활형태, 주거와 사생활의 평온이 절실히 요청되는 "심야"시간의 범위를 고려하여, 야간집회금지 시간대를 적절하게 법률로 한정하도록 권고하고 있는 헌법재판소의 견해는 매우 경청할만하다.


Ⅳ. 성숙한 시민사회로의 이행을 위한 시위문화 개선

1. 이해관계조정 및 갈등관리 시스템 확립
대한민국의 집회시위 현장에서는 근본적인 정치적 이슈뿐만 아니라 다양한 갈등과 이해관계를 배경으로 한 이슈들이 표출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집회 시위 및 다양한 민원이 증가하면서, 개별 기업이나 단체에서 해결할 문제까지도 무조건 거리나 공공장소로 들고 나와 일반시민들에 피해를 주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교통문제해결(경전철 건설), 재개발문제(용산참사), 환경문제(火葬場, 쓰레기 소각장), 통행료인하, 범죄예방을 위한 CCTV 설치문제와 같은 각종 민원성 시위 외에도 勞使갈등(고용, 구조조정), 교육현장(등록금, 공교육정상화, 사학재단비리, 전교조), 행정수도 이전문제, 대형국책사업(4대강 사업), 통일/남북관계(천안함사건), 이념 및 保革갈등을 둘러싼 진보/보수단체의 실력대결, 외교 및 안보문제, 미군주둔 및 기지이전, FTA(자유무역협정, 농수산물개방), 인권문제(탈북자, 수형자, 성차별, 장애자 및 사회적 약자), 정치인 뇌물수수 등 권력형 비리사건에 이르기까지 각종 이슈들이 집회시위의 단골 메뉴로 등장하고 있다. 이와 같이 한국은 전례없이 사회 각계 각층으로부터 표출된 다양한 이해관계 대립 혹은 갈등상황을 겪고 있다.
정부종합청사, 국회의사당, 청와대, 서울 도심 지역(종묘, 서울광장, 청계광장)은 으레 단골 집회시위 장소로 변질되어 수많은 사람들에게 불편을 끼치고, 더 나아가 인근 상가주민들의 생계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이와 같은 많은 이슈들이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되지 못하면, 개별 주권자들의 집단적 의사표시 형태-집회․시위-로 분출될 수밖에 없다. 이것은 결국 사회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위태롭게 할 여지를 갖게 된다. 다양한 갈등이 폭력과 불법시위로 변질된다면, 엄청난 사회적 비용과 공동체 해체가능성에 직면하게 된다. 나아가서 대한민국의 안전과 국익을 위태롭게 하는 수준으로 악화될 수 있다.
사회 구성원들의 불만이 늘어났고 또 그 불만을????강도 높은 자기주장????으로 해결하려는????실력행사 제일주의????가 확산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합법적인 경로보다는 ????목소리를 높이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경기침체의 장기화와 이념대결의 심화, 정부의 조정능력 부재 등이 근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민원성 시위의 증가는 한국사회의 긴장 수위가 높아지고, 그 긴장의 해결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한다. 갈등을 조절하고 해결하는 것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인데, 그동안 정부당국의 이런 능력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고 사료된다.
게다가 불법 파업과 불법 집회에 대해 정부가 관용적인 태도를 보였기 때문에 국민들이 ????요구를 크게 하면 먹히겠구나????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으며, 정부가 명확하고 단호한 태도를 보여야만 불필요한 민원이나 시위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처방이 제시되기도 하였다. 다양한 계층의 이해관계와 갈등상황이 대규모 집회시위 단계로 진전되기前, 책임있는 부서 및 당국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갈등관리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다양한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법과 원칙 그리고 절차는 매우 중요하다. 법률전문가들의 조언, 개입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지난해 발생했던 용산참사의 원인을 되짚어 볼 때, 재개발과정에서 적어도 법률가들이 이해관계 당사자들을 대변할 수 있는 기회와 시스템이 마련되었다면 어떤 식으로 문제가 해결되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저렴한 사법비용으로  법률전문가들이 이해관계 당사자들을 대변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면, “떼법”에 의존하거나 호소하는 사례는 많이 줄어들 것이다.

2. 정보화시대에 부합하는 건전한 의사소통로 확보
정보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광속화 된 인터넷을 통하여 각종 정보의 실시간 유통 및 엄청난 정보량의 교환이라는 긍정적 측면 외에도, 사이버공간 및 이동통신(mobile communication)을 이용한 악의적 왜곡 및 조작, 검증되지 않은 정보와 非과학적 자료들이 급속도로 전파됨으로써 걷잡을 수 없는 혼란과 불신 풍조를 초래하고 있다.
수년전 한국사회를 엄청난 갈등과 혼란 상황 속으로 몰아넣었던 광우병 파동이나 최근 천안함 사건을 둘러싼 사실관계의 악의적 왜곡사례 및 誤정보의 확대 재생산 사례는 정보화 시대에 즈음하여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부작용 중의 한 부분이다.
중요한 정책결정 권한 및 정보출처를 갖고 있는 각급 정부기관 및 관련부서에서는 시민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수단을 확보하고, 이를 통하여 상호간에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각종 중요 국정현안과 국민적 관심이 지대한 정책이슈들의 경우, 소통의 기회를 잃게 되면, 자칫하면 돌이킬 수 없는 사회적 비용을 감당해야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정치집단, 정부, 언론, 전문가 집단(opinion leaders)이 주축이 되어, 건전한 정보의 소통로를 적실하게 확보해야 한다. 인터넷과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의 효용성과 부작용을 감안, 새로운 매체에 의한 정보왜곡 현상을 좀 더 치밀하게 대비해야 할 것이다.

3. 민주시민교육(politische Bildung)의 확대
정당정치가 성숙된 독일 등 서구 유럽에서는 각급 정당의 전문부서를 중심으로 정당원, 일반시민들을 대상으로 국정현안과 정당정책에 대한 설명/소개기회를 수시로 갖고 있다. 매주 혹은 매월 특정시기에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관련정책이나 프로그램을 이해시키고, 관심있는 시민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반영하려는 노력들이 전개되고 있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십 수 년 전, 독일의 어떤 정당에서는「行刑法(Strafvollzugsgesetz)」제정 20주년에 즈음하여 自黨의 行刑관련 정책과 현행법령의 문제점, 개선방안을 주제로 정당 관계자들이 해당 지역 초등학교 강당에 모인 지역주민 수 십 여명을 대상으로 정책설명회를 개최하는 것을 경험한 바 있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개인과 집단이 있음을 인정하고,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시민의식의 토양은 유치원, 초등학교 시절부터 학교교육 및 사회화 과정을 통하여 함양되어야 할 것이다. 민주주의는 多數에 의한 지배, 대화와 타협에 의한 정치체제라는 점을 상기한다면, 오늘날 한국 사회가 경험하고 있는 병폐를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기초를 튼튼히 해야 한다.
이제 한국도 “풀뿌리 민주주의”를 통해 민주시민사회로 점차 성숙되어 가고 있다. 소소한 생활민원에서 국정현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슈들을 대상으로 토론과 대화를 통하여 타협을 이끌어내려는 작은 노력들이 차근 차근 실행된다면, “목소리 큰 집단”, “억지주장” 혹은 “떼법”에 의한 부작용을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다.
수시로 바뀌고, 헤쳐모여式 離合集散의 행태를 반복하는 한국정당들의 특이한 전통을 보건데, 다소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21세기 세계의 중심으로 성큼 다가가고 있는 한국사회가 좀 더 노력한다면, 이룰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4. 앞선 나라들의 경험을 통한 학습
1215년 마그나카르타 및 산업혁명기를 거치면서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로 모범이 되고 있는 영국이나 서구유럽의 역사에 비추어 보건대,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식민지 상태에서 해방된 신생독립국가들 가운데 한국처럼 짧은 기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하는 나라는 매우 드물다.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全세계인들의 이목과 관심을 집중시켰던 1988년 올림픽, 2002년 월드컵 그리고 2010년 G20정상회담 개최예정 그리고 국민들의 선택에 의한 평화적 정권교체 경험을 갖고 있다.
그렇지만 단기간에 진행된 민주화과정에서 不均衡的 성장과 사회변동이  불가피했다. 그러다보니 아직도 더 많은 관심을 갖고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쌓여있다. 경제력에 비하여 미흡하고 부족한 사회안전망, 사회적 약자배려, 각종 사건사고에 대한 땜질식 처방,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해결노력의 결여, 갈등관리 시스템의 부실, 단기적 성과집착, 고질적인 부정부패문제 상존, 여전히 허술한 조세행정, 이념적 성향에 따른 정책의 급격한 변화, 적법절차 경시풍조, 국익을 도외시한 부적절한 처사, 갈등해결에 중요한 법률가집단의 소극성 및 여전히 높은 司法비용 등이다. 세계적인 굴지의 반도체생산 기업의 눈부신 발전에 비하면, 이러한 사회 각분야의 발전과 성숙도는 매우 느린 편이다.
공론화되고 있는 각종 현안과 문제의 해결은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1차적으로 감당해야 할 경우가 많다. 대한민국의 국력과 위상, 안보 그리고 개방화 된 시장경제 체제하에서 이 모든 이슈가 더 이상 廣場에서 그리고 거리에서 해결될 수는 없다. 사회 각 방면에 잠재되어 있는 다양한 문제와 갈등들이 쉴새없이 분출되고 있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들을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경험했거나 제도화, 시스템화, 규범화를 통하여 해결해오고 있다. 분야별 전문가를 중심으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규칙과 절차를 준수하면서 앞선 나라들의 경험을 활용해가면서 비용과 시간을 줄여나가야 한다.

5. 엄정한 법집행 및 사후통제
대규모 집회시위의 배경은 주로 정치적 이슈들이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질서유지 차원에서 개입하는 경찰권발동은 정치적 영향-집권정당 및 정부에 의하여-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중앙집권적 국가경찰 체제인 한국 경찰이 정부 ․ 여당으로부터 완전한 정치적 중립성을 견지할 것이라는 점을 기대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2년 임기”를 법적으로 보장받을 수는 있지만, 최근까지의 사례들을 보면, 다양한 배경과 상황을 고려하여 대통령이 임명하는 “경찰청장”이라는 직책이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는 것은 공지의 사실이다. 이와 유사한 검찰총장 역시 법률가이지만, 정치적 중립성과 임기가 충분히 보장되지 않고 있어서, 공권력 발동과 정치적 중립성은 상호 긴장관계에 있다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경찰의 집회시위 대응 및 질서유지 과정에서 빚어진 불상사에 대하여 無限責任을 지우고 있는 한국의 현실은 엄정한 법집행을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 선진 각국 경찰책임자 임명방식과 임기보장 관행을 살펴보면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표: 1) 선진 각국의 경찰관리자 임기 동향
▷미국 제12대 FBI국장, Robert Swan Mueller(2001년 9월- 현재), 전임 조지 W. 부시 대통령시절 임명되어 2010년 6월 현재까지 재직 중.
▷뉴욕 경찰청장(Raymond Walter Kelly 2002년 1월-현재).
          *1992-1994년 경찰청장 역임한 바 있음
▷독일 연방범죄수사청장(BKA, Joerg Ziercke 2004년 2월-현재).
▷영국 수도경찰청장(Sir Ian Blair 2005년 2월-2008년 12월)

한국의 경우, 경찰청장은 전체 공무원 數의 10%를 차지하는 대규모 조직(2006년 현재)의 수장임에도 불구하고, 次官級 110명 가운데 1명에 불과하다. 국가정보원, 軍(중장급), 경호처, 검찰(검사장급), 법원(고등법원 부장판사급)과 비교해보면 상대적으로 낮은 지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외부로부터 용이하게 수시로 통제와 간섭을 받을 수 있는 처지에 놓여 있다.         
불법, 폭력집회 시위에 효율적으로 대처하면서,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일관성있는 그리고 엄정한 공권력 발동이 필수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찰관리자의 임기보장 및 정치적 중립보장 관행이 준수되어야 한다. 또한 집회시위를 1차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경찰은 시위진압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불상사를 줄이기 위한 적실한 매뉴얼 활용, 인권침해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다양한 진압전술과 장비개발, 불법행위자에 대한 치밀하고 엄정한 대처, 법집행과정에서 확인된 법령상의 미비점 보완, 경찰력 운용의 효율성 도모, 집회시위 금지 처분상의 정당성 확보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불법폭력 시위를 줄이고, 선진 시위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불법행위자에 대한 엄정한 刑事처벌을 부과하고, 民事上 불법행위 책임-손해배상-을 반드시 부담시켜야 한다. 최근 노사갈등 현장에서 불법행위를 한 노조집행부와 구성원에 대하여 금전적 손해배상 책임을 부과한 경우, 制裁효과(sanction)가 매우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불법시위를 주도하고, 가담한 者들에 대한 경미한 처벌과 함께, 이들에 대한 온정적 분위기가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 민주화 과정의 주요 시위전력자들이 정계거물로 대거 등장하면서, 불법폭력 시위가 일종의 “명예로운” 경력으로 치부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따라서 법원과 각급 형사사법기관의 엄정한 법집행관행과 적극적 사후통제 노력은 불법 폭력시위를 감소시키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본다.


Ⅴ. 결론
제2차 세계대전 후 신생독립국으로서 남북분단이라는 이데올로기 대립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유래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눈부신 고속 경제성장을 이룩한 덕분에 OECD에도 가입하였으며, 최근에는 “GDP 세계 12위” 경제대국이란 평가까지 얻고 있다. 세계인들의 많은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는 G20 정상회담개최를 앞두고 있다. 한국의 반도체, 휴대전화, 조선, 자동차, 전자제품은 세계 시장에서 우수한 품질을 인정받고 있으며, 높은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세계적인 골프선수와 피겨선수들의 활약과 스포츠인들, 유엔사무총장 배출 덕분에 Made in Korea의 위상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5000년 역사 이래 한반도가 이처럼 많은 주목을 받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적이 있는가?
역동적인 現代史의 소용돌이 속에서 역경을 헤쳐 오면서, 세계에 우뚝 서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도 더 많은 노력과 관심을 갖고 개선해야할 과제들을 안고 있다.         
▷稅부담 증가율: OECD 1위(30개 회원국, 2005년)
▷GDP대비, 私敎育費 세계최고(3.6배), 公敎育 비중 4.8% 17위
▷결핵사망률 1위 (2004년)
▷차량 100만대당 교통사고 612.7건/ OECD 회원국 1위(2003년)
▷15년 경력 교사 월급 1인당 GDP 대비 OECD 중 2등(1등-터키).
▷항생제 남용 1위
▷성인 흡연율 1위
▷한국 사회갈등 OECD 4위(GDP 27% 비용 지불, 터키, 폴란드, 슬로바키아)
▷2008년 자살률:10만명당 18.7명(1일 35.5명) OECD 中 3위 (헝가리, 일본, 한국)
▷2007년, 연평균 근로시간 2,316시간/ 30개 회원국 중 1등.
▷국가행정효율부분 경쟁력: 31등/55 (2007년)
▷GDP 대비 문화여가 지출비중 27/28, 보건 지출비중은 26위
▷보행자 교통지옥, 사고사망자 OECD 1위
▷한국 국가경쟁력 13위에서 19위로 추락(2009년)

헌법 제21조는 기본권으로서 집회시위의 자유를 규정하면서, 집회시위의 허가제를 금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제37조 제2항에서는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집회시위 기본권이라는 헌법적 이상(理想)과 다중이 운집한 가운데 위력을 과시하면서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위태롭게 할 가능성이 높은 정치적 행위로서 그리고 기본권의 외적 발현행위로서 집회시위는 국가의 질서유지 책무와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집회시위는 타인의 기본권과 공공의 안녕 및 질서유지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집회시위 기본권이 無제한적인 기본권이 아니라, 타인의 기본권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경찰권 발동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통하여 접점을 이루고, 조화되어야 한다.
법률은 다수결의 원리에 의하여, 현실과 시대적 상황을 토대로 입법자의 의사가 반영되고 타협한 결과물이다. 최근에 확인된 입법자 다수 의사와 헌법재판소 등의 견해를 반영한 가운데,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집회시위의 증감동향 및 성격의 변화는 유동적인 바, 특정 시기에 단순히 집회시위 건수가 감소되었다고, 폭력/불법행위의 가능성이 줄어들었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한국의 정치, 경제, 노동, 환경, 이념적 이슈는 세계 어느 국가보다 역동적인 바, 각종 국정현안들과 관련하여 언제든지 대형 집회시위로 확대될 가능성이 상존한다. 법집행 및 질서유지의 책무를 지고 있는 공권력행사에 대한 최소한 기준은 필요하다.
소수의 높은 목소리, 세(勢), 힘의 과시, 불법행위가 대세가 되어서는 안된다. 합리적 대화와 설득, 법과 규범의 준수, 자유와 질서의 조화, 양보와 타협, 입법자의 의사를 존중하고, 다수결에 의한 민주주의정치 이념을 수용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현재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무질서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가급적 줄여나가야 한다.
과거와는 달리 광장(廣場) 민주주의의 기능을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의사소통 수단과 매체가 발달되어 있다. 광장 민주주의 만능적 思考에서 벗어나야 한다. 공동체 구성원의 의사소통이 Network型으로 급진전하고 있다. 집회시위로 모든 이슈를 해결하겠다는 전통적 아날로그적 사고를 전환할 때이다.
이해관계조정 및 갈등관리 시스템 확립, 정보화시대에 부합하는 건전한 의사 소통로 확보, 민주시민교육의 확대, 앞선 나라들의 경험을 통한 학습 그리고 엄정한 법집행 및 사후통제 노력을 통하여 선진 시위문화를 정착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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